적개심은 뭔가 상대와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다. 분노, 화, 증오심이 싸여서 적개심이 된다. 어린 시절 성장 하면서 미움 받고, 학대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적개심이 증가한다. 노이로제든 싸이코든, 환자들의 마음 기저에 불안과 우울이 있는데, 그보다 더 밑에, 바닥 감정에는 적개심이 있다. 무의식 깊이 바닥 감정에 적개심이 있기 때문에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고 없는 줄 알고 대신, 증상과 행동으로 나타나고 이 증상을 통해서 치료에 들어간다.
학회에서 이동식 박사의 정신병 사례, Maester's Case Conference 를 했을 때, 유럽의 정신의학자, 임상심리학자들, 특히 여자 선생들이 하는 말이 Dr. Rhee 는 바닥 감정까지 잔인하게 수직으로 파고 들어가더라고 신기한 듯 얘기 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렇게 깊게 치료하는 한국적 치료에 그들은 많은 질문들을 퍼부었다.
너무 무의식 깊이 있는 감정이기도 하고, 그 적개심을 인식이 된다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안 되니까, 대부분은 “엄마가 너무 미워요.” 라든가 “아빠가 너무 무서워요” 등으로 표현한다. “왜 어떻게 무서우냐?” 하면 "아빠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엄마의 눈이 너무 무서웠어요. 나를 보는 눈이 항상 무서웠어요. 우리 엄마는 눈이 시퍼래요. 어떤 땐 시커매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무서웠어요“ 등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엄마가 무섭다는 환자가 꿈을 통해 나온 이야기가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무서움, 공포와 적개심이 어떤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엄마(아빠)는 온세상인데, 엄마가 무서우면 온 세상이 무섭다. 물론 이들은 여러 가지의 괴이한 증상들을 나타내는 마치도 애기같은 정신병 환자들의 경우다.
보통 사회적응 잘하고, 학교, 직장 잘 다니고, 가정생활도 제대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적개심 있는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적개심이 조금 있을 땐 상대방의 마음을 약간 꺼림칙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이건 적개심이 조금 있는 사람의 경우이고, 만일 상대방에게 말을 해도, 비수를 꽂은 듯, 며칠간 상처가 되고 마음이 아파서 쩔쩔 매도록 만든다면 그 사람은 적개심이 엄청 많은 사람이다. 문제가 엄청 많은 사람이라고 간주하면 틀림없다. 눈에서, 말투에서, 행동과 태도에서 살(煞) 이 나오니 관계에 이상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살(독)을 맞고 자란 사람은 병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자대학을 나온 60대 만성 환자의 말이, “엄마가 너무 미워요, 진짜 미워 죽겠어요. 나를 너무 이해 안 해 줘요. 사랑을 못 받고 자랐어요.” 라고 절규하듯 말하는 이 환자를 보며, 어머니의 자비와 사랑의 눈길, 그게 아이들에게는 인간이 되는데 절대적으로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