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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6-23 11:45
정신치료는 무엇을 치료하는가? ​
 글쓴이 : 김연
조회 : 15,142  


정신치료(심리치료)는 무엇을 치료하는가?

감기 걸리면 감기약 먹으면 낫는다. 위장병도 위장약 먹고 기능 회복하면 낫는다. 그러나 우울증은 약을 먹으면 깨끗이 나아질까? 노이로제 정신병은 약을 계속 먹어도 왜 낫지 않을까?

최근 들어 병원에 오래 다녀도 약물치료 만으로 안 되자 상담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꽤 많아졌다. 전부가 다 병원 다니다 다니다 안 되서 온 환자들이다. 2,3 년은 보통이고 5 년 10 년 15 년 넘게, 심지어 37년 다니다 온 somatization case 는 나도 포기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병원에서 약을 먹어도 낫는 것 같으면서도 낫지 않고 오히려 약을 오래 먹어서 얼굴에 병끼가 나타나고 장기 환자란 표시가 얼굴에 나타날 정도라 특히 Borderline level 이상 심한 사례는 정신치료 전문가에게는 만성화 되었다는 그게 보인다.

왜 그럴까? 물론 완치되는 사례도 많이 있겠지만, 이들은 왜 안 되는 것일까, 생각을 하다가 퍼뜩 깨달음이 왔다. 우리 정신치료학회 의사들은 약물치료와 동시에 정신치료를 다 하고 있기 때문에 간과했던 사실들을 깨달은 것이다. 학회원들은 철저하게 심리상담 훈련을 받았고, 철저하게 치료 practice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몇 명 안 되는 대표적인 최고의 베테랑 의사들이라 나는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병원에 환자가 정신과적 증상을 가지고 오면 증상은 곧 병명이 되고 진단명으로 나오고 이 병명에 맞춰 투약이 된다. 그렇게 해서 증상이 완화되면 환자는 증상이 없어졌으니 낫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감기증상 없어지듯 증상제거가 완벽한 치료가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증상도 그대로 눌려 있거나 약을 끊으면 다시 나타날 거 같은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오래도록 약을 먹고 있다는 것이고 실제로 약을 끊으면 증상은 또 올라오게 되어 있다.

이 그림을 보고 눈물이 나오지 않는 사람은 뭔가 이상이 있는 사람입니다. 만일 이 그림을 보고 눈물이 나오거든 울어요. 많이 울어요. 통곡하세요.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크게 울어보세요

위의 그림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자신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음의 아픔을, 피를 흘리고 쓸어져 있는 “소” 로 나타낸 것이다. 투우 장면이고, 소는 등어리에 창으로 찔려 있고, 피가 낭자하고 두 다리가 꺽여서 쓸어져 있는 그림이다. “소 한 마리 창을 맞고 피를 흘리고 쓸어져서도 뭔가 하려는 건 바로 나예요. 나는 이렇게 참아야 하니까 참다 참다 보니 제가 죽었어요.” 라고 그림에 대한 설명을 했다.

뭘 참았을까? 부모간의 갈등과 불화, 부모와 주위 모든 관계간의 갈등을 너무 복잡하고 넓고 깊고 방대해서 여기서 자세히 기술하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담 오는 청소년 내지 성인이라면 거의 다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림은 한 사람의 그림이지만 그 주인공은 수도 없이 많다. 아이들에게는 너무 잔인한 것들이었다. 그 때 받은 상처와 슬픔과 고통이 병으로 결과 된 것이다.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은 부모 간의 갈등이다. 치료자 느낌으로는 이들의 결혼생활은 가히 전쟁의 역사라는 인상을 주고도 남는다.

이 상황이 약을 먹이면 증상과, 증상의 원인 된 상황, 증상의 뿌리, 근원(source), 증상을 일으킨 환경 조건 등등 모든 것이 해결 될 것인가? 이 아픈 마음을, 마음 속 깊이, 무의식까지 침투된 고통을 무엇으로 치료 해줄 수 있을까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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