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공감이 중요하다

1990 년대 초 E 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시작한 첫날이었다. 학생들은 30 여명, 주로 대학을 졸업한 3,40 대 어머니들이고 50 대 초는 한 명 있었다. 초 중 고 생을 자녀로 둔 어머니 중 한 사람의 질문이다. 중학생 딸이 어느 날 학교에서 오더니 울면서 그날 학교에서 자기는 잘못이 없고 짝 때문에 덩달아 담임한테 혼났다고 너무 억울하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먼저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했는지 물었다. 어머니는 딸이 울면서 억울하다는 말에 대해 그래도 네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선생님이 너를 혼낸 거 아니냐고 말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반응이 신기해서 차례대로 다음 학생 순으로 자신이 그 입장이라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질문해 보았다. 학생들은 거의 비슷하게 선생님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래도 아이가 잘못을 있으니까 야단을 쳤을 것이라고 한결같이 비슷한 대답을 하였다.

첫 번에 그 질문을 한 학생에게 다시 돌아가 ‘네가 뭔가 잘못이 있기에 선생님이 너를 야단 쳤지 않겠나, 라는 엄마의 말’ 에 딸은 어떻게 반응하던가? 물으니, 딸이 이번에는 큰소리로 엉엉 울면서 통곡을 하더라고 하였다.

나의 질문은 당연히 “지금 어머니와 딸 중에 누구를 이해하고 누구를 공감해 주었는가?” 였다. 딸과 선생님 중 누구의 입장에 서 있는가? 그들은 선생님 입장에서 선생님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 생각으로, 현실은 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상담 장면에서는 아주 가벼운 경우는, 공감하고 이해하고 경청만 해주어도 별로 상담자로서 한 것도 없는데도, 두 세 번 한 후에 아주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마음 속에 있었던 상처, 한번도 남에게 말 해본 적이 없는 상처가 마치도 막혔던 혈관이 확 뚫리는 것처럼 시원하게 해결 되는 때도 있다. 마음이 시원하게 해결되니, 밥맛도 좋아지고 소화가 잘되고 인생이 즐겁고 행복해지고 약했던 체력도 회복 되고, 이런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다득의 효과가 있는 경우도 허다하게 경험한다.

그래서 공감은 중요하다. 억울하다고 하는 딸에게, 네 말을 들으니 너 참 억울하게 되었다, 라든지, 선생님이 네게 억울하게 판단을 했구나, 라든지, 넌 잘못이 없는데 선생님이 뭔가 잘못 이해하신 거 같다든지, 선생님이 심판을 잠간 잘못 했구나, 라든지, 딸의 입장에서 조금만 이해를 해주고 공감해주면 아이의 문제는 그 즉시 해결이 될 것을 엄마한테 하소연 했다가 오히려 더 큰 혹을 부치고, 결국 이중으로 억을한 상처를 받게 된 셈이다. 물론 어머니부터 문제를 확실히 판단 할 수 있는 지각(perception) 이 건전하고 건강 할 때 가능할 것이다. 확실히 알아보기도 전에 자기 생각으로만 한다면 일은 더 커지고 큰 낭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