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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08 05:38
엄마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
 글쓴이 : 김연
조회 : 15,088  

노이로제(신경증)는 짧은 시간에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오랜 세월에 걸쳐서 걸리게 된다. 사업이 망하고 부도가 나서 그 사건에 대한 충격으로 reactive 하게 우울증이 걸려 입원하게 되면 좁게는 reactive depression 으로 진단 될 수 있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싸이고 싸여서 발병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호주의 유명한 배우 휴 잭맨의 제 트롸마는 엄마예요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가 여덟 살 때,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던¹ 어머니가 홀연히 영국 친정집으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변호사인 아버지가 5 남매를 홀로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경우처럼 어머니가 트롸마일 수도 있고, 프란츠 카프카는 아버지가 트롸마가 되었고, 뜻하지 않은 충격적인 사건일 수도 있으면 그밖에 사회적 이유, 국가적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치료 현장에서는 단연 어머니가 트롸마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도 어머니의 넋두리 하소연이 원인이 될 때가 많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학교 다닐 때 너희도 고부 갈등 있느냐고 물으니까 그곳도 만만찮을 걸 보고, 어느 나라나 공통점이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들이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하소연 넋두리를 해서 고통을 주는 건 많은 경우 남편과 시집에 대한 불만의 표현으로 보면 틀림없다. 이런 경우 어머니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절대로 아이들에게 털어놓는 건 안 좋다. 아이들은 어리고 힘없고, 소화를 못하고 감당을 못하고 어느 편을 들 수도 없고, 적응을 못 해서 곧 가슴의 병이 돼 버린다. 자녀가 커서 성인이 되어도 부모 넋두리나 하소연을 들으면 듣기 싫어하는데 차라리 이 편이 났다. 병이 되는 거 보다는 훨씬 났다. 모든 어머니들은 보이지 않게 자식들에게 부담을 준다. 싸여서 노이로제가 된 줄도 모른다. 오랜 세월 앓고 있는데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시간이 오래 되면 중병이 돼서 치료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래도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이 많은 경우와 사랑이 없는 경우는 치료시간에 차이가 있는데, 물론 느끼는 주제는 자녀 쪽이다. 어머니 사랑을 많이 느끼는 경우보다 그런 거 전혀 모르겠다든지 사랑 전혀 안 받은 거 같다는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사랑이 많지만, 어머니가 몰라서 그랬다는 것을 알거나, 어머니 자신의 문제 때문이라고 이해가 되면 치료가 빠르게 진행된다. 어머니 사랑이 있어도 그 사랑을 못 느끼는 자녀는 마음 문을 닫은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부모 자식 간에 그런 저런 이야기도 못하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어느 젊은 주부의 경우를 보면, 좋은 대학 나오고 훌륭한 남편 만나서 남매를 낳고 부러울 것 없이 사는데 우울증을 앓으면서 삶의 의욕도 없고 무기력해서 그 원인을 탐색해 보니 우울증 될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3 학년 때 아버지가 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한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니까 언니 오빠는 스르르 문 열고 피해 나가는데 자신은 아빠가 너무 불쌍해서 다 들어 주었던 것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만 오 형제의 막내로 자란 이 남자는 느닷없이 80이 다된 부모가 이혼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 옆에서 일 거들어주고 딸 노릇하며 자라면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여자문제, 돈 문제로 많이 속 썩고 사는 거 보고 어머니가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떤 경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 아버지로부터 번갈아 이야기 들어 주면서 부 모 양쪽으로부터 많이 당하고 자랐는데 지금은 성인이 되었어도 그 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런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자녀들과 서로 오순도순 대화는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자녀들이 너무 어릴 때부터 감당 못해서 노이로제가 될 정도의 하소연 넋두리는 어머니들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은 듣고 싶지 않아도 싫은 내색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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