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개심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적개심은 사람을 죽게 하거나 적어도 병들게 한다.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의 저자 팀 라헤이(Tim Lahay)¹ 는 분노로 해서, 우울증 등 노이로제 정신병은 물론 여러 가지 신체적인 질병(암, 위장병, 눈병 등)에까지도 걸리는 사례들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Leon Saul (정신분석학자)도 적개심은 정신장애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며, 적개심에 대한 이해가 돼 있어야 유능한 치료자가 된다고 하였다.

인간은 어려서부터 분노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은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분노가 오랜 세월 싸이고 싸이면 마음속에 축적되어 적개심이 된다. 이 적개심을 견디지 못하면 증상으로 분출하게 되고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적개심이 그리 심하지 않으면 그냥 남에게 상처를 주는 정도이고 상처 받은 사람도 좀 고생하다 끝이 난다. 적개심이 아주 약한 사람은 남에게 그냥 기분이 불쾌할 정도로 영향을 줄 뿐이다. 그러나 적개심 아주 심한 사람의 말은 상대에게 비수처럼 꽂혀서 견딜 수 없게 하고 오랜 시간 심각한 고통을 준다. 심지어 그 비수를 맞은 사람은 그로 인해서 죽기까지 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 심각한 적개심이 자기 자신에게 향하게 되면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자살하는 사람은 실망, 낙심이 변해 절망이 되고 이런 우울증을 거쳐서 자살하게 된다고 우리는 이해하고 있는데, 그 우울증도 마찬가지로 그 저변에는 적개심이 있는 것이다. 다만 무의식속에 있으므로 의식을 못하는 것뿐이다. 그렇지 않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를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적개심은 이렇게 남이나 자기를 죽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남을 병들게 한다. 나의 스승 이동식 박사² 는 살(煞), 우리 전통을 압시다 라는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보호자(어머니)가 여대생 딸을 데리고 병원에 왔을 때 그 어머니의 인상에서 살기(殺氣) 라 할까 그런 느낌을 받았고, 치료자인 선생님을 쳐다보는 눈초리에서도 섬뜩하고 심장을 찌르는 듯한 살(煞)을 느끼게 해서, 이 딸이 평생 저 눈초리의 독기를 받아서 정신병이 되었구나, 누군들 저런 눈초리로 평생 살(煞)을 맞고 안 미칠 사람이 있을까 몹시 가슴이 아팠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적개심 때문에 또는 남의 적개심 때문에 죽기도하고 병 들기도 한다. 다만 적개심이 무의식속에 있기 때문에 의식을 못하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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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Tim Lahay. How to win over depression, 김연 옮김.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 보 이스사, 1995

² 이 동식. 살(煞) 우리 전통을 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