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귀신
어머니와 고등학생 아들이 함께 왔다. 아들은 너무 자신감이 없어서 당장 앞에 닥친 대학 입시도 있어, 해야 할 공부가 태산인데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고 한다. 학생은 어머니 앞에서, 집이 불편해서 할머니 집에 가서 2 년 째 살고 있는데 집중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고 성적이 떨어지니까 자기 능력이 이 정도인가 회의가 들고 자신감이 날로 떨어지고 동시에 의욕도 저하되기 시작했다.
왜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 것인지에 대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집이 불편하다, 어려서 부터 아주 가끔씩 귀신 꿈을 꾸는데 현재까지도 기억에서 잊을만하면 꿈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그 꿈에서 “귀신은 무슨 의미지?” 질문을 했을 때, 지체 없이 엄마를 앞에 앉혀 놓고 “엄마죠!”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꿈에 나오는 귀신 이미지가 엄마 이미지였다.
성인이든 어린이든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 가운데는, 어려서 귀신 꿈 많이 꾸었다는 사람, 가끔 꾸었다는 사람, 한 두 번 꾼 적 있다는 사람, 지금도 계속 꾸고 있다는 사람 등등, 횟수는 달라도 귀신 꿈을 꾼다는 사람은 자주 볼 수 있다. 미국, 영국 또는 그 밖의 먼 나라에 유학을 가서도, 낮에 옆에 귀신 느낌의 존재가 있는 거 같아서 옆으로 돌아보는 순간 아무도 없어서 놀래는 경험을 하는 경우도 드물게 본다.
심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린 시절 꿈에 나오는 귀신은 대개 엄마, 도깨비는 아버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꿈 얘기를 하던 여대생은 “저는 엄마가 도깨비예요. 왜냐하면 어렸을 때 어머니가 수시로 변하니까 예측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말을 못 하고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 때가 다섯 살 여섯 살 때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라고 말 하였다.
도깨비는 어쩌다 한번, 꿈에 나오고, 때로는 좋은 의미로도 연상한다. 도깨비처럼 가끔 뚝 딱 하고 돈이 나온다든지 선물이 나온다든지 하는 것으로 아버지에 대해 좋은 의미로 꿈에 보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의미로 나온다.
부모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다 부모에 대한 불만, 화, 분노 정도는 있다. 더 나아가서 적개심도 흔히 가지고 있지만 그런대로 별일 없이 그냥 살면 괜찮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 문제다. 좋은 의미에서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성숙하고 성장해서 인격 대 인격으로 원만한 가족 관계로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의미이나, 부모는 온 세상이므로 부모에 대한 불만이나 화를 온 세상을 향해서 풀고 산다면 이것이 온갖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부모에 대한 화, 분노, 적개심을 예방한다면,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사회적인 폭력, 범죄, 살인 사건 등이 부분적으로 나마 감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