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고 2 말 방학이 끝나고 고 3 시작 하자마자 보호자와 함께 내원한 남학생이다. 고 3 이 시작되자 등교한 첫 날 교실 앞에 나가서 큰 소리로 떠들며 횡설수설 하니까, 친구들은 이 아이가 이상하다고 수근 거렸다. 원래 착실한 모범생이고 공부도 1 등 하고 하니까 S 대 의대 가는 것이 목표이었다.
그런데 자기 귀에는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나에게 들어 보라고 했다. 난 안 들리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하니까 자기는 소리가 들리는데, 여자 소리도 들리고 남자 소리도 들리고 내용은 불분명했다. 말하자면 정신병(psychosis) 에나 있는 환청이 들리는 거다. 정신분열증의 적극적 증상(Positive symptom) 이라고 하는 거다.
원인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전직 교사였고, 아들 하나를 낳은 후 학교를 퇴직하고 가정에 들어앉게 되었고 오직 이 아들 교육에만 올 인 할 정도로 힘을 써왔다. 하루 스캐쥴을 시간별로 정해놓고 고대로 실천하도록 같이 공부하고 지도하고 때 되면 식사 준비해주고, 휴식시간은 중간에 한 시간씩 배정해 놓았다. 휴식시간에는 혼자 놀 수밖에 없었다.
학생은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스캐쥴에 따라서 움직이다 보니까 너무 자유가 없었다. 자신의 마음 상태는 뭔가 꽉 막혀있는 듯 하고 너무 답답하고 질식할 것 같다고 하며, 그런 생활을 10 년 이상 해 왔었다. 자기 마음대로 한 것은 하나도 없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만 해왔다. 기억 나는 것이 10 년 이상이지 더 어려서부터 일수도 있다. 자유가 없으니 서서히 자기(Self) 가 약해지고 종국에 가서는 Self 가 없어지고 self 가 없으니 병이 된 것이다. Self 가 약하면 노이로제(신경증 수준) 수준에서 멈추지만, Self 가 아주 없어져서 자기상실(self loss) 이 되면, 정신분열증이 된다.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서 살다 보니까 자기상실이 되어서 병으로 발전된 것이다.
이 아이는 자라서 성인이 되어도 self 가 없으니까 자기가 뭐 하고 싶은 게 없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좋아하는 게 생기지도 않고, 생겨서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만족이 없다. Self 가 생겨서 건강해지고, 주체성(subjectivity)이 생기게 되면 낫는다. 창의력도 생기고, 사회관계, 인간관계에 여유가 생긴다. 어머니가 변화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