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Feel Therefore I Am¹
남자 대학생이 전화했다. “선생님 저는 이병을 꼭 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병인데요?) “너무 머리가 아픈데 약을 먹어도 듣지 않아요. 고모부 친구 의사가 소개해서 전화를 드렸어요.” 그 학생은 와서 한 시간 한 후 꿈 적고 생각을 끊으라는 말과 함께 다음 시간 약속을 했다. 그 친구는 몇 회 안 하고 두통이 70 프로는 없어졌다고 하더니 또 몇 회 지났을 때 두통은 다 사라졌다고 했다. 물론 다음 순간 본래 문제가 올라와서 본격 치료에 들어가긴 했지만.
사실 증상은 생각만 끊어도 사라지는 때가 많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느낌이다. 느낌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생존하게 한다.
17세기 중엽에 스피노자는 데카르트에게 도전 한 바 있었다. 이원론자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인간은 신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데카르트의 주장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았고 “몸과 정신은 하나이고, 분리된 두 개가 아니다.”라고 반대의 주장을 하였다. 마음은 이성을 위한 도구(reasoning machine)라고 생각하는 Descartes의 견해에 대해 스피노자는 “전혀 잘못된 주장이다. 그 이성(Reason)은 emotion으로 잔뜩 이루어져 있다”라고 했다. 더욱 급진적인 발전은 생각과 감정이란 외부 사건에 대한 반응이 아니고, 무엇보다 먼저 몸(body)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이다. 마음은 전적으로 몸을 위해 있는 것이고 생존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그의 책 'The Ethics'(1677)에 나타나 있다.
스피노자의 이런 주장은 오랫동안 데카르트 학파로부터 공격당하고 무시당하고 비난받고 여러 학자로부터 비판에 시달렸고 결국은 그 당시 그의 이런 도전은 실패하였다. 반대로 데카르트는 선지자적 지도자로 명성을 올렸고 그의 이성주의자적 이론은 현대 철학 대부분을 형성했었다.
그러나 역사는 잘못된 인물 편에 섰던 것 같다. 수십 년 동안 신경과학자들이 brain scan 등 과학적 실험적 경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데카르트의 이론에 대적하기에 이르렀고, 마음은 software이고 brain은 hardware program이라는 컴퓨터 모델처럼 생각되었던 그 고매 하고 세련된 현대적 화신과도 같았던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은 이러한 과학적 실험적 자료에 부닥쳐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신경과학자들은 복잡한 Mind-brain-body system을 이용해 감정, 정서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중에도 가장 반 데카르트 운동의 선봉자는 Iowa Medical Center 소장 Dr. Antonio Damasio였다.
감정, 정서는 19세기의 연구 주제로 자연스럽게 주목 받게 되었고, 이성과 감정, 인지와 감정을 반대개념으로 분리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Dr. Damasio와 학자들은 인지적인 작업을 정확하게 살펴보면 정서적인 자극이 있어야 지적 작업이 전개되고 발전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감정이 있을 때 사고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Dr. Damasio는 1970년대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1980년대 후반기부터는 미국 Iowa University 교수로, 하버드 신경학자 Norman Geschwind와 함께 뇌 병변(brain lesion)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언어, 기억,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연구 중 우연히 감정(affect) 연구로 연결이 되어 전두엽 손상 환자가 인지적 기능 장애 때문에 사회적 관계나 행동을 전혀 못 하는 것을 관찰하였고 결정하는 일, 선택하는 일을 잘 못하는 것이 정서(emotion)와 중요한 관계가 있다는 발견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삼십 대 남자 Elliot은 뇌종양으로 인한 전두엽 손상 환자로, 지능 검사에서는 극히 정상 반응을 하였으나, 선택 작업, 우선순위 결정 작업, 시간 구성 작업 등에서, 잘하지 못하여 결국 직업을 포기하고, 허접한 인간을 만나 동업을 하다가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그때 Dr. Damasio는 Elliot이 느끼는 것을 못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자기의 불행한 인생 사건을 얘기할 때 아무런 감정 없이 하는 것을 관찰하였고, 어둡고 비참한 자연 재앙 같은 장면을 보여주면 거기에도 무반응이었다. Dr. Damasio는 다른 뇌 병변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반복 해 본 결과 뇌 손상과 감정 손상이 일치해서 같이 간다는 획기적인 발견을 한 것이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작업에서는 감정, 정서가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r. Damasio는 스피노자의 주장이 옳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책 “Looking for Spinoza, Joy, Sorrow and the Feeling Brain”에서, 최근 뇌과학자의 중요한 업적의 하나로 Emotion(Feeling)은 인간이 생각하고 생존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스피노자는 이미 그 옛날에 꿰뚫어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감정은 이성의 반대가 아니라 스피노자 주장대로 감정은 이성을 위한 필수적인 존재라고 했다. 이러한 스피노자의 주장은 현대적인 흐름을 타고 계속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왔고, Dr. Damasio 가 그의 책 “Decartes’ Error”에서 획기적인 발견에 대하여 발표하였을 때 그의 책은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4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결론은 I think Therefore I Am (Cogito Ergo Sum)이 아니라 I feel Therefore I Am (Sentio Ergo Sum)이다.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즉 감정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생존하게 한다. 어떻게? 감정적 표현, 교류, 관계를 통해서 인간은 성숙하고 독립하는 것이다. William James 말대로 감정은 생각의 시작이고 근원이다. (Feeling is germ of thought)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이전에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감정의 투사 결과가 생각이고 망상이다. 생각의 근원인 감정이 치료 되어야 하고, 감정이 치료한다.
어린 시절 감정교류, 감정적 communication 없이 자라서, 나이만 먹고, 어린애 같아서 사회관계, 사회 적응, 인간관계를 잘 못하고 나는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방황하고, 생각하고 혼란 속에 빠지고, 거기서 오는 좌절과 갈등으로 병이 되는 경우를 허다하게 많이 볼 수 있다. 앞서 대학생은 ‘불안정하고 증상에 시달리다가 감정이 살아나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치료가 일어난 것이다. 증상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더욱이 생각만으로는 증상이 악화될 뿐 해결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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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By EMILY EAKIN. Don Hogan Charles/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