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병인가? 아닌가?
물론 우린 다 거짓말한다. 예를 들어 대학 동창들과 만나서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왔다. 대화 중에 거짓말이 무심
코 나왔다. 집에 왔는데 어쩐지 꺼림하다. 마음에 좀 걸린다. 기분이 안 좋다. 심할 땐 불쾌해진다. 잠을 자야겠는
데 잠이 홱 달아난다. 내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한 가벼운 거짓말에도 자존심이 걸린다.
Helmut Kaiser는 duplicity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Duplicity는 이중성, 표리부동이라는 뜻이다. duplicity는 그러면
서 안 그런 척하는 거, 못났으면서 잘난 척하는 거, 안팎이 다른 것, 논리가 안 맞는 것, logic이 안 맞는 것, 뺀질뺀
질한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deceitful, deceptive words and action, 즉 사기’라는 말이다. 사실은 남을 속이
는 것이다. Kaiser는 “Duplicity is universal syndrome이고 이것이 곧 노이로제다(neurosis)”라고 했
다. 모든 노이로제에는 이러한 duplicity 가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증상이다‘라는 뜻이다.
거짓말을 하면 남을 속일 수는 있다. 그런데 남을 속이려면 먼저 누구를 속여야 하는가? 먼저 자신을 속여야 한
다.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일 수는 있어도 하나님을 속일 수는 없다. 하나님은 인간의 거짓말에 속지 않는다.
大學에도 무자기(毋自欺)라는 말이 나온다.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뜻이다. 자신을 속이면서 자신에게 부끄러운 행
동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용에도 첫 번째 장에 ‘감춘 것일수록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라고 했다. 잘못됨을
알면서도 잘못됐다 하지 못하고,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말 못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자기를 속이는 것이
된다. 최소한 자기를 속이지만 않는다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성경에는 무지하게 많이 나온다. 거짓말하지 말라, 거짓말하는 행위를 벗어 버리라. (골로새서), 진리를 거슬러 거
짓말하지 말라(야고보서), 네 혀를 악에서 금하며 네 입술을 거짓말에서 금할지어다(시편) 차라리 불의를 당하는
것이 낫고, 차라리 속는 것이 낫지 아니하냐. (고린도 전서) 십계명에도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고 했고 거짓말
로 하나님을 속이고 천벌을 받는 장면도 꽤 나온다.
DSM(Diagnostic Statistical Manual)에서 성격장애 또는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 진단에서 보면, 거짓말을
병적으로 자주 하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 dis.)의 경우는 끊임없이 지
속적인 거짓말(persistent lying)을 하고, 이들은 때로는 “어린 시절 학교 무단결석, 청소년 범죄, 가출, 성 문제,
음주문제, 약물남용, 도벽, 공공 기물 파괴, 싸움질 등 사건을 자주 일으킨다”라고 했다.¹ 특히 아동기 때는 행동장
애(behavior disorder) 또는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로 진단되고, 이들은 성인이 되면 성격장애로 발전될 가능
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
지속적이고 심한 거짓말은 병이라고 정의되고 진단한다. 일반인의 경우에 거짓말을 자주 하고 습관적으로 하고,
하면서도 하는 줄 모르고, 하면서도 죄의식이 없어 뻔뻔하고, 양심이 마비된 정도라면 충분히 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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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DSMⅢ.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P.320